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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이야기] 혼자-같이
작성자 : 유보라 | 작성일 : 2021.03.26 | 조회 : 1932

 

(이 글은 성서유니온선교회 소식지 「SU 이야기」 2021 겨울호에, "혼자-같이"라는 주제 아래 실린 글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살 수 있기 전에 자기 자신과 잘해나갈 수 있어야 하는 거란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한 줄 문장입니다. 같이 해야 하는 일보다 혼자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공동체예배 중심이었던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개인예배 혹은 가정예배를 잘 세우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역임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공간의 제한을 크게 받지 않는 ‘개인성경묵상’을 많은 말씀 사역자들이 다시 새롭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개인성경묵상의 시간에 대해 『앵무새 죽이기』의 문장을 빌려서 이렇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혼자 드리는 예배인 개인성경묵상을 잘해온 사람이 공동체예배 또한 잘 드릴 수 있는 사람 아닐까요.” 우리가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결코 혼자의 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성경을 묵상하는 시간은 지금 이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마주하는 시간이며,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이 세계와 이웃을 마주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성경묵상의 시간은 혼자 성경을 읽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여럿을 생각하는 공동체적 읽기의 시간입니다. 물론 이 읽기의 방향은 나 혼자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적용이 아니라,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는 실천적 나눔이 되어야겠지요.

 

우리는 지금 큰 시험의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일 수 없음’에 불안해하기보다 ‘혼자 여기서 할 수 있음’을 견고히 하여, 자기의 일을 돌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을 돌아보는 공동체의 기쁨을 충만하게 할 때입니다. 거세게 밀려오는 세속주의의 대홍수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교회들의 위기 앞에서, 『베네딕트 옵션』이 제안한 문장을 되새깁니다. “홍수와 싸우는 최선의 방법이…모래주머니 쌓기를 멈추고, 물이 물러나 마른 땅에 다시 발을 내디딜 수 있기 전까지 피신할 방주를 만드는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정치적 투쟁에 에너지와 자원을 허비하기보다, 우리는 점령군의 의표를 찌르고 그보다 오래갈 수 있으며 마침내 점령군을 물리칠 수 있는 공동체와 기관과 저항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런 살아있는 공동체를 「매일성경」 독자들 가운데서 희망해봅니다. 개인성경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달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하나님 나라를 사는 공동체를 함께 일구는 모습 말입니다. 

 

2021년 우리는 누가복음 1장에서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과 말씀 나눔이라는 아름다운 묵상공동체 모델을 발견했습니다. 혼자 있을 땐 말씀을 듣고 당황했지만, 또 다른 혼자를 찾아가 말씀을 나눌 땐 그 축복이 얼마나 크고 견고한 것인지 발견하고 기뻐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각자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개인예배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말씀을 함께 나눌 다른 그리스도인과의 시간도 필요함을 배웁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관계적 존재로 지으시고 살게 하셨습니다.

 

올 한 해는 무엇보다 혼자 성경을 묵상하는 개인예배가 더욱 바르고 풍성해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다른 예배자를 찾아 묵상나눔의 진지를 구축하여 하나님 나라를 같이 살아내는 공동체가 세워져가기를 희망합니다.

 

 

글: 김주련 대표(성서유니온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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