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
MINISTRY
SU 이야기
크리스토퍼 라이트 초청 특별 강좌 스케치
작성자 : 유보라 | 작성일 : 2019.07.12 | 조회 : 767

지난 6월 14-15일, 서울 서부교회에서 열렸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초청 SU 특별 강좌>의 생생한 모습을 소개합니다.

 

 

 

 

 

목회자, 신학자, 신학생, 성도, 외국인들에 이르기까지 서부교회를 가득 메운 이들의 면면은 다양했지만,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의 강의는 이 모든 이들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킬 만큼 탁월했습니다. 쉽지만 또한 심오했고, 따스했지만 또한 뜨거웠으며, 명쾌했지만 또한 수많은 질문거리와 적용에 대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존 스토트의 뒤를 이어 라이트가 대표로 봉사하는 ‘랭함’(Langham)이라는 단체는, ‘신학은 강대국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란 비판을 귀담으며 오랫동안 제3세계를 위한 신학교육을 지원해 온 곳입니다. 그러한 존중과 배려와 예의가 라이트의 강의에 은은히 배어 있었습니다. 외국인 학자의 강연을 여럿 들어봤지만 ‘선’이 느껴지지 않은 건 처음인 듯했습니다. 선진 신학 정보를 번역하여 전달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따라가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전성민 교수의 열정적이고 유연한 통역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저술들은 대부분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지만, 라이트는 그 방대한 내용물들을 단출한 강의안 한 권으로 졸여내었고, 구약학자로서 평생 씨름해오며 도출해낸 일관성 있는 결론들을 현장감 있게 덧붙여주었습니다.

 

구약성경은 오늘날 우리에게 유효한가? “아니오”라고 말할 이가 누가 있겠냐마는, 「매일성경」을 대하는 모습들만 들여다봐도 구약에 대한 우리의 오해는 금방 드러납니다. 성경 66권 전체를 큐티 본문으로 다루는 「매일성경」은 아주 당연히 구약 묵상 본문이 신약 묵상 본문보다 서너 배 많을 수밖에 없는데, ‘구약이 너무 길면 은혜가 안 된다’, ‘신약이 중심이 되어야 목회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평을 자주 듣게 됩니다. 읽기표를 통해 최대한 구약을 압축하고 신약을 길게 늘여 배열하고는 있지만, 성경 자체가 본래 구약이 길고 신약이 짧은 책인 한 더 많은 신약 본문에 대한 요구를 완전히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구약성경은 옛 약속, 폐기된 율법, 신약과 배치되는 심판과 저주라는 편견, 신약성경만이 복음이자 은혜이자 소망이라는 편애가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 66권 중 8할의 분량을 차지하는 구약성경을 바로 그 8할만큼의 시간과 품을 들여 읽고 묵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신들과 하나님을 구별 짓는 속성들은 대부분 구약성경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복음은 공식이나 이론이 아닌 성경이라는 커다란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졌는데, 십자가와 천국 이야기만 반복하고 구약 이야기는 홀대한다면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되고 더 나아가 이야기를 축소하거나 왜곡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구약은 지금도 유효하고 적실(適實)합니다. 구약은 그 자체로 복음입니다. 구약에 명시된 고대 사회의 통념을 뒤집어엎는 용서와 은혜와 사랑에 대한 요구는, 예수님이 신약 시대에 제시하신 변혁에 대한 요구와 상통합니다. 거룩, 곧 구별된 삶을 통해 열방의 ‘모델’이 되어야 했던 이스라엘의 의무는, 죄책감 해소의 도구로서의 십자가가 아닌 삶으로 따라야 할 ‘모델’로서의 십자가를 일깨우고, 우리가 머무는 공간들을 천국의 ‘모델하우스’로 이웃에게 내어줘야 할 사명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행사를 준비한 사역국과 더불어 지부와 본부 간사들, 총무들이 한마음으로 곳곳에서 섬겨준 덕분에, 이틀간의 축제가 풍성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길 하자면, 성서유니온에 처음 입사하여 편집에 참여했던 책이 바로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구약의 빛 아래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었습니다. 9년 만에 바로 내 앞에 나타나 바로 그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는 라이트의 모습을 보노라니, 성서유니온 가족으로 함께해온 시간이 새삼 더욱 감사하 게 느껴졌습니다.

 

글쓴이 : 이용석 목사(「청소년 매일성경」 책임편집)

SNS 공유